2008년 07월 06일
나쁘게 말하자면,
"네 주변의 누군가가 널 칼로 찔렀어. 넌 병원에 오래 입원해 있어야 하지만 그 사람은 네게 지불할 치료비가 없고, 널 찔렀다는 사실을 후회하고 있지. 너라면 그 사람을 어떻게 하겠어?"
"나라면 말이지, 그를 감옥으로 보내진 않을 거야. 한번의 실수에 감옥이라니, 잔인하잖아? 내 입장에서도 그건 하등 도움이 안 되는 일이고 말야. 사람 하나 감옥으로 보낸다고 해서 내게 좋을 게 뭐가 있겠어? 정해진 벌을 받는 것과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게 항상 같은 개념이지는 않잖아. 나는 좀 현실적인 책임을 지워주고 싶어. 우선은, 천천히라도 좋으니 일을 하면서 치료비 전부를 갚아나가라고 하고, 남는 시간엔 하루종일 병원에 있을 나를 돌보아 주기를 요구할 거야."
"물론, 물론, 같이 있는 게 쉽지는 않을 거야. 날 칼로 찌른 사람이 눈앞에 있는데 어떻게 태연할 수 있겠어? 욕하고 때리고 비난하겠지. 하지만 매일을 그렇게 보낼 수는 없으니 평소엔 웃으며 대하다가도 그가 안심했을 때 갑자기 히스테리를 부려댈 지도 몰라. 칼로 찔렸던 기억에 몸서리치며 잠을 이루지 못하고 우는 밤이 계속될 수도 있지. 물론 그는 내 울음 소리를 들으며 계속 깨어 있어야 할 테고. 가끔은 그가 과일을 깎기 위해 집어든 과도에 의심의 눈길을 숨기지 않는 날도 있을 거야."
"어쩌면 그는 차라리 감옥으로 보내 달라고 애원할 지도 모르지. 그래, 그러니까 나는 그를 보내지 않을 거야."
'...하지만, 그런 것들과는 상관없이 상처는 나아갈 테지. 기억은 희미해질 테고. 나는 사실 조금도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어떤 증오도 영원하지는 않으니까. 먼 훗날의 이야기가 되겠지만, 그 때가 되면 비로소 나는 내 선택이 옳았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거야.'
# by | 2008/07/06 02:21 | 잡상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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