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소굴 : 두번째 방명록입니다.



예민소굴의 두번째 방명록용 포스트입니다. :D
이전의 방명록용 포스트는 덧글이 많아져서 보기 불편해진 관계로 뒤로 밀어버렸습니다.
포스트와 상관없이 제게 무언가 하실 말씀이 있으신 분들은 이 포스트의 댓글을 이용해 주시면 됩니다. :)


+ 방명록의 댓글로도 뭔가 부족하다 싶으신 분이 계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분들은 이쪽을 이용해주시길 : seapeck@gmail.com (공개도 두렵지 않은 스팸차단 최강의 쥐메일'ㅂ'!)

+ 요즘의 고이는 먹고 살 길을 위해 공부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블로깅을 하기는커녕 컴퓨터를 켤 시간조차 내기가 어렵습니다.
사실 당분간 비공개로 둘까 생각도 했지만, 이상하게 그러기는 또 싫더라구요. 딴에는 제 공간이니까.

이웃분들의 블로그에 거의 들를 수 없는데다, 들른다 해도 재빨리 보고 나와야 한다는 것이 정말 안타깝지만-
그래도 한동안만 고생하면 다시금 느긋하게 블로깅을 하며 이웃분들과 제대로 교류를 나눌 수 있게 될 테니까요.
고생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모두모두 건강히, 오늘도 행복하게 지내고 계시기를! :D

by 고이 | 2008/12/17 22:26 | blog | 트랙백 | 덧글(56)

도졌다.


몇 달만에 최고로 우울한 한 달을 보내는 중. 차라리 슬프다면 좋겠는데 우울한 건 대책이 안 선다. 내장이 다 어떻게 되어버린 건지 먹는 것마다 소화를 못 시켜서 뭐든 먹기만 하면 배가 아프고 토할 것 같다. 걸핏하면 한쪽 머리가 지끈지끈하게 아프고 들쑥날쑥한 걸 애써 눌러 평정을 유지하던 감정도 간단한 자극 한 번이면 푸욱 가라앉아서 어지간히 눈물을 짜내지 않으면 나아지지 않고 잠이라도 자려고 누워도 가슴이 답답해서 숨쉬기가 힘들다. 햇볕을 쬐며 음악을 들으며 걸어도 무기력한 기분은 사라지지 않고 그 자리에 쓰러져버리고 싶은 마음만 가득해질 뿐이다. 술은 내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걸 작년에 알았으니 올해는 담배에 도전해볼 차례인가 생각하는데 숨이 턱턱 막히는 그 연기를 도저히 내 입안에 머금을 자신이 없다. 아, 그래도 어린애처럼 식칼이나 집어들어 보고 옥상에나 올라가 보고 하는 머저리같은 짓을 안 하게 된다면 해볼만할 것 같다. 그래도 다른 건 다 참아주겠는데 십대 청소년마냥 틈만 나면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도저히 못 참겠으니 말이다. 예전에는 이런 기분이 되어도 자신이 그렇게까지 한심해 보이지는 않았는데, 그냥 그럴만해서 속이 이렇게 상하는 거지 하는 최소한의 합리화라도 했는데, 지금은 내 시각이 어떻게 바뀐건지 몰라도 이런 자신이 아주 멍청해 보여서 견딜 수가 없다. 심지어 그 흔한 연민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비참한 자신을 달래고 쓰다듬어줄 사람을 찾을 생각도 안 든다. 나는 비참한 게 아니라 그냥 바보같은 거니까.

화가 난다. 그런데 무엇에 화를 내야 하는 건지, 아니 애초에 내가 화를 내도 되는 대상이라는 게 존재는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화를 내는 건 그저 이유도 없는 짜증이고 신경질이고 무언가에 대한 분풀이일 뿐이지 뭔가 객관적인 상황에서 이성적인 판단 하에 나온 정상적인 감정이 아니라니까 말이다. 그럼 생겨서는 안 될 감정이 대체 왜 생기는 건데? 내가 비정상적으로 예민하고 만사에 걱정만 하는데다 피해망상에 사로잡힌 인간이라서? 나라면 내게 소중한 사람이 그런 상태라면 더 신경써주고 더 많이 보듬어줄텐데 내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나를 내버려둘 뿐이다. 다들 지쳤으니까. 받아주기 지긋지긋하니까. 그런데 그러고 있으면 내가 나아지는 건가? 나도 내가 혼자 처박혀 있으면 더이상 화낼 상대가 없으니까 그냥 알아서 멀쩡해질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다. 더 화가 치솟더라. 랜덤하게 떠오르는 확 돌아버릴 것 같았던 기억들이 더 이상 누구에게도 화를 낼 수 없는 나를 매우 조롱한단 말이다. 네가 내 앞에서 뭘 할 수 있니, 하고. 무능하고 무기력한 자신을 이만하면 그냥 포기해버릴 만도 한데 그걸 억지로 붙들고 뭐라도 해보자고 애쓰는 자신이 바보같은 건지 제정신이 아닌 건지 모르겠다. 정말 마음에 안 들고 짜증나고 한심하고, 이거 다른 사람이었으면 나를 보는 다른 인간들처럼 그냥 포기하고 무시해버릴 텐데 말이다. 그런데 이건 어쩔 수 없는 거다. 나밖에 나를 잡아줄 사람이 없거든. 나밖에 나를 지탱해줄 사람이 없거든. 머저리가 머저리를 잡아주고 지탱해줘봐야 둘 다 넘어지고 마는 거밖에 경우의 수가 없지만서도 그래도 그 뿐이라서. 그래서 필사적으로 멀쩡한 척 살아보려고 애쓰고 있단 말이다. 그런데, 젠장. 부정적인 감정은 표출조차 막아버리고 태연한 척 웃는 것만 보려고 드는 것들이 뭘 안다고 도리어 내게 화를 내.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많이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절대 자신을 긋지 않을 식칼을 손에 쥐는 순간 깨달았다. 아, 다시 시작이구나. 작년부터 올해까지 슬프고 우울한 일들을 겪으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안도하고 있었던 건 자신을 진심으로 죽이고 싶다고 생각하는 이 멍청한 수준까지 오지 않아서였다. 강해졌다고 생각했단 말이다. 그런데 다시 되돌아왔다. 아아, 빌어먹을. 이번 주까지만 살펴보고, 그리고... 다시 병원에 가야 할지를 생각해 봐야겠다. 제발 일시적인 거였으면 좋겠다...

by 고이 | 2008/08/20 02:32 | 생활 | 트랙백 | 덧글(0)

새 안경에 적응하기.


새 안경을 맞추고 나면 한동안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렌즈의 크기와 테가 달라졌기 때문에 렌즈 바깥쪽 시야가 미묘하게 일그러져 보이는 거야 하루이틀쯤 지나면 괜찮아지니까 상관없지만, 문제는 거울을 볼 때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안경을 바꾸고 나면 한동안 거울 앞에 섰을 때 눈앞에 비치는 것이 '내 얼굴'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꽤 힘들다. 뭐라 그럴까, 갓 성형이라도 하고 온 기분이라고 하면 될까. 쌍꺼풀이 없던 눈에 갑자기 엄청 진한 쌍꺼풀이 턱 하고 생겨났는데 그게 붓기도 다 안 빠진데다 내가 봐도 인공적이라 보기에도 어색하고 무엇보다도 쌍꺼풀이 있는 눈이 내 얼굴에는 영 안 어울려 보여서 견딜 수가 없는 거다. 새 안경을 맞추고 얼마 동안은 꼭 그런 느낌이다. 아아, 어색해. 지금이라도 가서 테만 바꿔달라고 할까, 그치만 이제와서 또 새 테를 고를 자신이 없는걸, 어쩌지, 어쩐다?

망설이는 동안에도 시간은 흐르고, 어떻게 흘러갔든 상관없이 시간은 그 자체로 약이 되는 놀라운 힘을 갖고 있다. 그 사실을 깨닫는 것은 어느날 무심코 거울을 보는 순간이다. 우연히 거울에 비친 내 얼굴에 어, 나네. 하고 다시 무심히 고개를 돌리고, 그리고 그제사 나는 새 안경의 적응 기간이 무사히 끝났음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내 적응 기간은 일주일 전에 끝났다. 이제 나는 거울을 보고 히죽 웃어줄 수 있다!

by 고이 | 2008/08/18 14:07 | 트랙백 | 덧글(2)

사채광고 속의 그녀.


TV를 보시던 어머니께서 사채 광고에 교복입은 여자애가 나오다니 저게 될 말이냐며 화를 내셨다. 그런 정신나간 광고가 있나 하고 봤더니만 교복이 아니라 회사 유니폼이었다. 유니폼인데 뭘 그러시냐 했지만 어머니는 그래도 교복처럼 보인다며 여전히 얼굴을 찌푸리고 계셨다. 나는 한숨을 쉬며 채널을 돌렸지만 그 이후로도 어머니는 그 광고를 보실 때마다 불쾌한 표정을 숨기지 않으셨다. 저런 광고가 빨리 사라지길 원하는 내 마음과는 상관없이 그 광고는 버전을 달리하며 작년부터 올해까지 계속되었다.

그리고 며칠 전, 인터넷을 하다가 그 광고 모델이 공중파 방송 시트콤에 출연중이라는 기사를 보았다. 그때 처음 알았다. 예쁘게 웃고 있는 그녀가 올해 갓 열아홉이 되었다는 걸. 아아, 나도 앞으로는 그 광고를 이전처럼 무심하게 보아넘길 수가 없을 것 같다.

by 고이 | 2008/08/18 01:04 | 생활 | 트랙백 | 덧글(4)

달.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것이 가로등인가 하고 걸었더니만 달이었다. 저렇게 밝으니 보름달인가 하고 바라봤더니만 부풀어오른 상현달이었다. 어젯밤 비가 온 덕분인가, 말간 구름께에 하얗게 빛나는 것이 유달리 고와서 저 앞에 뜬 달을 느긋이 바라보며 걸었다. 내가 멈추면 저도 멈추고 내가 걸으면 그 속도에 맞추어 천천히 앞서가며 어서 따라오라 손짓하는 듯한, 그 원리야 시험에 나오면 틀리지 않을 수 있을 만큼 배웠지만서도.

어릴 적 읽었던 동화 속에는 달 속에는 떡방아 찧는 토끼가 살고 선녀님이 사신다고 믿는 동생과 TV를 보니 달에는 돌이랑 검은 하늘밖에 없더라 하며 과학적이지 못한 동생에게 면박을 주는 오빠와, 맘 상한 남매를 밤하늘과 함께 앉혀 놓고 토끼랑 선녀님이 있는 달은 우리 마음 속에 있는 것이니 둘 다 있는 거란다 하고 도닥이던 할머니가 있었다. 달은 사실 나를 좇는 것이 아니며 그저 내 눈에만 그렇게 보일 뿐이라 해도, 나로서는 그렇게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우니 고저 충분타.

by 고이 | 2008/08/15 15:31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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